권호근 선생님의 월요편지

한 점 하늘: A dot a sky

오직 하나뿐인 그대 2023. 7. 24. 18:05

“한 점 하늘”
용인 호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 특별전 제목입니다. 김환기 화백 추상예술 세계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1913년 전남 신안군 가좌도(현 안좌도)에서 출생한 김 화백은 동경 일본 대학 미술과를 졸업하고 1941년 일본 최초 추상화 구룹인 자유미술가 협회에서 활동합니다. 당시 일본에는 입체주의, 구축주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서구의 미술사조가 들어오던 시기입니다. 이러한 자유미술가 협회 경험은 김 화백 추상미술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김 화백은 추상미술을 추구했지만 예술 기반은 달, 나무, 산,새, 백자와 같은 동양적 정서입니다. 특히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사랑했던 김 화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에도 골동품 가게에서 좋은 백자만 보면 샀다고 합니다. 김화백 수필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라”를 보면 얼마나 백자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백자 항아리는 흰 빛깔이지만 그 흰빛은 灰白 靑白 純白 卵白 乳白 등 백자의 단순한 순백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하늘처럼 싸늘한 백자지만 목화 같은 따사로움이 있고, 두부살과 같은 보드라움, 쑥떡 같은 구수한 백자다” 같이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김 화백의 이러한 흰 색깔에 대한 민감성은 흰 색은 한민족 고유한 특질이자 전통이기 때문입니다. 조선 백자를 보고 조형의 전위라고 칭송하는 김 화백은 백자의 미를 생활 용기라는 자연스럽고 평범한 형태에서 찾고 있습니다. 백자의 자연스런 형태와 빛깔의 평범함의 아름다움은 도공의 무심한 경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백자의 아름다운 둥근 선은 김환기 초기 추상 미술의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김환기 화백은 한국에서 화가로서 한창 명성을 날릴 때인 50세 때 홍익대 미대 학장을 사임하고 파리로 갑니다. 당시 르꼬르뷔지에 공방에서 작업 하던 김중업 건축가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김 화백이 얼마나 파리를 동경하고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3년 후 뉴욕으로 이주한 김환기 화백은 뉴욕에서 무명화가로 활동하면서 동양적 사유와 관조를 표현한 점화 제작에 몰입합니다. 초창기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1970년 한국 미술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점화 시대가 시작됩니다. 친구인 시인 김광섭 시 “저녁에”를 모티브로 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뉴욕 밤하늘 별 바라보면 고국과 친구를 그리워하며 새벽까지 무수한 푸른 점을 찍은 김 화백의 대표작입니다. 조선 백자의 선의 미학에서 동양적인 점의 미학으로 발전한 추상 점화는 자연과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동양적 미학입니다. 김환기 화백은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 같이 있는거다. 세계적이려면 가장 민족적이어야 한다”라는 말로 자신의 예술관을 표현합니다.
 
김환기 화백을 언급할 때 항상 이야기되는 것은 미술 평론가 부인 김향안 여사입니다. 시인 이상과 결혼한 김향안 여사는 결혼 후 일본 유학 간 이상이 불령선인으로 일경에 체포되어 병사하여 짧은 결혼 생활 마무리합니다. 이후 중매로 김환기 화백과 결혼한 김향안 여사는 이름도 변동림에서 김향안으로 바꾸고 평생을 동반자이자 동지로서 김환기 화백을 헌신적으로 내조와 외조를 합니다. 김 화백이 61세 나이로 작고하자 남편의 그림과 자료를 수집 보관하기 위해 구기동에 환기 미술관을 건립합니다. 김환기 화백이 예술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김향안 여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환기 화백 그림 120점을 선보이는 호암 미술관 특별전 “한점 하늘” 작지만 우리 심금을 울리는 거대한 점으로 김환기 화백 추상미술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24일 권 호 근
 
김광섭 作 저녁에
저녁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가 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거대한 작은 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화백  作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복제본이지만 예방치과학 교실에도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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