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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표상_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요즘 서점가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19세기 독일 염세주의 철학자 철학이 21세기 한국의 중년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한국 중년들의 삶이 힘들고 팍팍하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단히치 시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난 쇼펜하우어는 많은 상속을 받은 덕분에 평생 일하지 않고 철학 공부를 하면서 편안한 삶을 살았습니다. 유년 시절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유럽 여러 곳을 여행 중 프랑스 툴롱 군항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참혹한 노예 노역 현장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또한 베를린 콜레라 창궐 시 죽음에 대한 공포, 아버지의 자살과 젊은 미망인이 된 어머니의 남성 편력과 이로 인한 어머니와 절연, 철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 등 쇼펜하우어 젊은 날의 삶은 정신적으로는 고..

곡속장 (穀觫章)

맹자 곡속장은 춘추전국 시절 제나라 선왕의 혼종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당시 제나라는 종을 만들면 종에다 소피를 바르는 혼종 의식을 행하였습니다. 어느날 선왕이 보니 소가 슬피 울며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신하에게 연유를 물으니 혼종 의식에 사용하려 소를 도살하기 위해서 끌고 간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선왕이 소가 불쌍하니 혼종 의식 시 양으로 대체하라고 명합니다. 소나 양이나 같은 생명체 인데 선왕이 혼종 의식 시 소를 죽이지 말고 양을 죽이라고 한 것은 소는 직접 눈으로 보았고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맹자는 소를 보고도 측은지심을 느끼는 선왕은 성군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곡속장에서 말하는 것은 경험과 관계의 문제입니다. 측은지심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를 해야..

어느 스님의 죽음

오래전에 전에 중국 선사들의 임종을 기술한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결같이 평범한 임종이 아니라 특이한 임종입니다. 흔히 스님들은 좌탈입망 즉 앉아서 임종해야 득도한 스님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에 기술된 중국 스님들은 한결같이 특이한 임종을 합니다. 좌탈입망은 보통이고 서서 하거나 거꾸로 서서 임종을 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관에 들어가서 제자들에게 못질하라고 하는 스님도 있습니다. 그중 가장 불교적인 임종은 죽을 때를 되자 아무도 모르게 산속으로 들어가 옷과 신발을 바위 위에 벗어 놓고 산 짐승과 벌레의 먹이로 육신을 보시하는 임종입니다. 그러나 특이한 임종 하여도 득도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최초로 득도한 석가모니도 편안하게 옆으로 누어서 임종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바람직하고 불교적..

한 점 하늘: A dot a sky

“한 점 하늘” 용인 호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 특별전 제목입니다. 김환기 화백 추상예술 세계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1913년 전남 신안군 가좌도(현 안좌도)에서 출생한 김 화백은 동경 일본 대학 미술과를 졸업하고 1941년 일본 최초 추상화 구룹인 자유미술가 협회에서 활동합니다. 당시 일본에는 입체주의, 구축주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서구의 미술사조가 들어오던 시기입니다. 이러한 자유미술가 협회 경험은 김 화백 추상미술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김 화백은 추상미술을 추구했지만 예술 기반은 달, 나무, 산,새, 백자와 같은 동양적 정서입니다. 특히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사랑했던 김 화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에도 골동품 가게..

쌀 농사와 밀 농사

3년간 전 세계적 위기를 불러왔던 코로나 사태도 어느덧 종식되고 있습니다. 요번 코로나 사태는 팬데믹 전염병은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대처 방법도 개인과 국가적 차원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당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일부 서양인들은 강제적 방역 지침을 거부하였지만 모든 한국인들은 자발적으로 동참하였습니다. 저 역시 코로나 사태 때 일사불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의 이러한 행동이 어디서 유래 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감염병을 대처하는 동서양 사람들의 행동 차이를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는 “쌀 재난 국가”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동양의 쌀 농사와 서양의 밀 농사 차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현산방에서의 하루

산속에서 아침을 알리는 것은 요란한 새 울음소리입니다. 일어나면 우선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덕유산 향적봉을 바라보며 말러 교향곡을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합니다. 평소 베토벤을 존경했던 20세기 천재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5번 교향곡은 베토벤 5번 운명 교향곡에 비견되는 곡입니다. 운명 교향곡은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강렬하고 비장한 도입부로 시작하는데 말러 교향곡 5번 도입부는 환희에 찬 강렬한 금관악기 팡파레로 시작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당시 비엔나 사교계의 여왕인 엠마(1902-1911)가 말러의 청혼을 받아들인 후 말러가 환희에 차서 작곡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쟁취한 엠마와의 결혼 생활은 엠마의 외도로 말러를..